Project Description
The Fillet

오에스엠건축사사무소 | 김홍배, 오상목
필렛이라는 오토캐드 드로잉 입력기호는 마법처럼 두 개의 직선을 매끄럽게 연결시킨다. 무한히 확장해도… 벡터 성분을 머금은 이 라인은 마법처럼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필렛’이 실제 건축에서 구현되는 것은 정말 지난한 과정이었다. 디지털 세계에서 그려지는 매끈한 곡면은 현실에서는 엄청난 숙련도의 장인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았다. 잡지에서 보는 유려한 곡면 벽은 외계인을 고문한 결과인건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유일한 디자인 요소인 철골 프레임을 벽면에 정확하게 맞게 휘는 것도 차라리 마법이었다. 역시나 주먹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만큼 옵셋되었다. 이쯤 되면 건물에 맞게 도면을 다시 그려야하나 하는 블랙 코미디가 진행 중이었다. 분명 건축주의 삶의 이야기, 현장 소장의 끊임없는 하소연‘을 듣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지금 이 순간 남은 것은 결국은 투박한 ‘필렛’이다. 투박함… 이것이 건축하는 사람의 삶인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건물은 사진처럼 서있다. 감사할 따름이다.